보험영업 5년차인 설계사는 어느 날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친척의 보험 가입 건으로 갔다가 돌아서는 참에 어떤 할머니를 대면하게 되었다.
장터 한 쪽에 쪼그려 앉아 이런저런 산나물을 늘어놓고 팔고 있던 할머니가 설계사를 불러 세우고는 이렇게 물었다. “ 아가씨. 나도
보험 좀 들 수 있을까?”
할머니의 눈빛은 여간 간절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나이가 너무 많고 지병으로 고혈압을 앓고 있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이내 실망하던 할머니를 뒤로 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떠나려는데 할머니가 다시 설계사를 불러 세웠다.
뜻밖의 소리에 얼른 대답을 못하자 할머니는 설계사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사연인즉, 딸이 이혼을 하면서 어린 손녀를 맡겨 놓아 대신
키우고 있는데, 언제부턴가 딸은 연락마저 끊은 상태여서 어린 손녀의 장래 걱정이 되니 보험이라도 하나 들어두고 싶다는 거였다.
손녀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늘 노심초사하고 있으니 손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보험을 하나 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처지에서 손녀를 위한 보험을 생각해낸 할머니의 손녀 사랑이 물씬 느껴져 왔다.
“그럼요, 가능하지요.”
설계사는 할머니에게 대답을 하고는 곧바로 사무실로 와서 가청약을 했다. 당시만 해도 꼬꼬마자녀보험은 월 2만원으로도 가입이 가능했다.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어서 설계사는 만약에 할머니가 형편이 안 될 때에는 대신이라도 납부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할머니를 찾아가 상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드리고 청약서에 자필 서명을 받았다. 글을 읽고 쓸 줄 모르시는 분이라 서명 란에
이름 쓰는 것까지 일일이 도와드려야 했다. 그림을 그리듯 겨우 이름을 써넣은 할머니는 그때서야 환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달마다 보험료는 꼭 마련하겠소. 고맙소.”
이렇게 보험을 가입하고 반년 쯤 지난 어느 날, 할머니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손녀가 갑자기 설사를 하고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급성 장염에 걸렸다며 입원을 하라는거였다. 할머니를 안심시키면서
입원 병원을 물으니 워낙 놀란 탓인지 병원 이름조차 제대로 대지 못하셨다.
보험 설계사의 길에 갓 들어선 그녀에게
할머니는 보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교훈이 되었다. 그날 이후 설계사는 해마다 명절 때면 할머니를 찾아뵙는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옛날이야기를 하시며 여전히 감사해 한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보험만큼 의지가 되는 곳이 없다는 점을 설계사는 할머니를 통해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