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닥다리 세제다, 탈세 블랙홀이다"라는 상이한 평가가 나오는 '간이과세제도'의 대수술이 예고되고 있다
간이과세제는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할 때 일반과세 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거나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 등을 면제해주는 것인데, 국회를 중심으로 이 기준이 너무 낮다는 목소리가 거센 상태다. 여야 할 것 없이 의원발의 세법개정안이 다수 제출되어 있으며, 이 중 연 매출 기준을 1억원으로 올리자는 파격적인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8일 국회에 따르면 간이과세자 기준금액을 올리는 내용을 담은 5건의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안'이 이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상정, 심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반과세 사업자는 매출액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는데, 1년 매출이 연간 4800만원을 넘지 않는 간이과세자는 업종에 따라 매출액의 0.5~3%에 해당하는 낮은 세율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 매출액이 2400만원에 미치지 못했을 땐 아예 세금납부 의무가 없다. 이 면세 기준금액은 2000년부터 17년 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원자재, 인건비 등 물가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영세사업자들의 납세 부담이 가중됐다는 이유를 들며 입법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제안했던 법안은 간이과세자 기준금액을 연매출 4800만원에서 9000만원(김철민 의원안), 1억원(이훈 의원안)까지 올리자는 내용을 담고있다.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안은 그보다 적은 8000만원이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안은 부가가치세 납세 의무를 면제받는 연 매출액을 24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안도 납세가 면제되는 금액을 3000만원으로 올렸다. 이들 모두 '영세상인들의 세금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과세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우려도 있다. 매년 160만~170만명의 간이과세자가 발생하는데,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세금을 탈루하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는 매출을 조절해 간이과세자 지위를 유지하려는 '관행' 이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로서도 간이과세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에 부정적인 취할 수밖에 없는 노릇. "영세자영업자의 급격한 세부담"을 이유로 간이과세제 폐지에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그렇다고 간이과세제 적용기준을 확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 내에서도 탈세 근절을 위해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반대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부가가치세 면세 범위 넓혀질까
부가가치세 면세 범위의 조정도 논쟁거리다. 한국의 부가세 면세 대상이 외국에 비해 넓다는 이유에서다. 면세 대상은 미가공
식료품, 의료보건 용역, 교육용역, 도서·신문·잡지, 우표·인지·증지·복권, 금융·보험 용역, 주택, 종업원·학생에게 제공되는 음식 용역, 철도시설, 희귀병 치료 물품 등이다.
현재 국회에는 교복구입 비용, 교육용 전기료 등 생활용품 등에 대한 부가세 면세 범위를 확대시키는 의원발의 세법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더민주 김태년 의원안은 중·고교생 교복 값에서 세금을 빼주거나, 학교 재정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교육용 전기요금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안은 교육용 전력에 부가세 면제를 한시적(2018년 말)으로 면제하도록 했다.
그러나 조세제도를 단순화하고 과세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 부가세를 징수하는 품목을 줄일지는 미지수다. 다만, 고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사치재를 중심으로 부가세 면세 범위를 조정하자는 의견이 강해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강세정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할 사회복지비용이 커지면서 지방재정에서 차지하는 자주재원의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더민주 이찬열 의원은 현11%인 부가가치세의 지방소비세율을 2019년까지 부가가치세액의 20%로,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은 내년까지 16%까지 올리도록 한 개정안 발의를 한 상태다.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도 2020년까지 16%로 올리는 안을 내놓았다.
'지방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받아질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지방분권 강화'에 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3 수준으로 이루고, 장기적으로는 6:4 수준이 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